
어두운 밤, 도시의 불빛이 흐릿하게 번지는 강남의 한 번화가. 김수진 씨는 몇 해 전 겪었던 그날 밤의 악몽 같은 기억 속을 헤매고 있었다. 귓가를 맴도는 불쾌한 속삭임, 끈적했던 손길, 그리고 코끝을 맴돌던 술 냄새가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혔다. 그날은 수진 씨 회사와 중요한 파트너사의 업무 인수인계가 있던 날이었다. 회사 동료 한 명이 퇴사하면서 생긴 자리라 분위기를 좋게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. 1차 저녁 식사가 끝나고 이어진 2차 술자리. 처음 만난 파트너 담당자, 박 차장은 시종일관 과도한 친밀감을 표현했다. 억지로 웃으며 대꾸했지만, 그의 눈빛은 어딘가 끈적했다. "수진 씨, 참 예쁘네. 귀여워. 계속 알고 싶어요. 나 수진 씨한테 고백하는 거예요."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깍지 ..